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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꽃 피우는 평화의 섬 제주

기념사업

[무료공연] 앙상블 까메라타의 4·3 70주년 기념음악회 'Pax tecum(평화를 빕니다)' 아라뮤즈홀 2018. 10. 5. (금) 19:30

<제주 평화의 노래 (작품 해설)>

<제주 평화의 노래>는 “제주4.3항쟁”을 기억하고 평화로운 제주의 미래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작곡한 곡이다. 그러나 4.3항쟁의 역사를 직접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제주도의 대표적인 민요 중 하나인 “이어도사나”를 테마로 하여 4.3항쟁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면서, 제주도의 미래에 대한 희망에 보다 무게를 둔 작품이다.
작품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현악4중주와 더블베이스, 두명의 피아니스트가 함께 연주하는 기악 연주곡으로, “이어도사나”의 테마를 이용하여 다양한 형태로 전개하면서 다소 비극적인 정서를 표현한다.
후반부는 소프라노가 더하여 “이어도사나”를 노래하는데, 전래 가사를 그대로 변형하지 않고 그대로 가져와 제주도의 정서와 에너지를 드러내면서 제주도의 평화를 기원하고자 했다. 



<에필로그>

4.3희생자들의 넋이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라며... (piano 원양하)
되짚어 보는 것조차 힘겨웠던 4.3의 이야기들을 음악 속에서 다시 마주합니다. 함께 위로받고 치유받길 소망합니다. (soprano 박민정)
매서운 추위를 견디고 고독한 눈발을 맞으며 겨울에만 피는 4.3의 상징 동백꽃....
이 외로운 꽃을 다 같이 우리 마음에 보듬어 주고 싶습니다. (violin 김재현)
거창한 의미부여 대신 소박하지만 작은 바람 하나라도 닿을 수 있길 바랍니다.Pax Tecum! (violin 김혜미)
가슴에 새겨져 있습니다. 늘 간직하고 기억합니다.  (violia 김신우)
믿기 힘든 광기의 시간들, 슬픔과 고통의 시간들, 동시대의 예술가로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그 아픔을 기억하고 알리는 것 뿐 이었다. (cello 예지영)
제주 4.3을 추모하는 뜻깊은 공연에 바이올린 연주자로서 함께 할 수 있음을 감사드립니다.( violin 김은정)
우리들이 바치는 음악으로 제주의 4.3를 다시 돌아보며 평화와 치유의 한 순간이 되길 기도합니다. (piano 안지아)



<연출노트>

 4.3평화공원 전시관에 가면 이름없이 누워있는 백비가 있다.
제주 4.3은 아직 정명되어지지 않은 이 백비로 상징되는 
현재 진행형인 우리의 아픈 역사이자 과제이다.

 이번 작업을 준비하며 4.3에 접근하는 진정성있는 방식과
그것을 담는 형식에 대해 조심스럽고 진지하게 토론하고
현재의 나 그리고 우리에게 4.3은 어떤 의미인가?
어떤 이야기를 관객(제주공동체)들과 나눌 것인지에 대해 고민한 우리 모두에게
공감의 울림을 주었던 키워드는 바로 ‘평화’였다.
우리가 찾은 이 ‘평화’는 평화 그 고유의 상태를 향해 이해와 인내
그리고 포용의 방식으로 나아가는 과정 그 자체이며
4.3을 대하는 성숙한 태도와 진심으로부터 출발하여 쟁취하는 평화가 아닌
소리와 선율로써 염원하는 모두의 평화이다.

 음악회 Pax Tecum(평화를 빕니다)는
4.3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위안으로
평화로운 세상으로의 기대가 가득찼던 해방이후부터 4.3 70주년을 맞아
다시금 평화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현재까지 시간의 흐름을 따르고 있는 구조속에
우리 인간의 본성과 변화하는 감정의 변화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하였다.
또한 진지한 음악적 성찰과 해석에 따른 악기 편성과 드라마틱한 연주를 통해
변화하는 공동체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은 물론 무대디자인의 요소를 더하여
연주되는 악상기호의 청각화 시각화를 넘어 공감각적 심상을 부여함으로써
관객들 스스로 상황에 따라 변화하는 인간 본성의 여러 모습이 되어
평화를 향해 가는 길고 먼 여정속에서의 다양한 감정들을 경험하고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와
역사가 이야기하고 있는 교훈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작곡가 신동일의 작품<?제목 미정>은 제주민요 ‘이어도사나’를 모티프로 한 창작곡이다.
척박한 환경과 운명을 받아들이며 살아갔던 옛 조상들의 삶의 태도가 느껴지는 이 곡은 거친 파도속에서도 노를 저으며 물살을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제주인의 기상을 힘차게 그려내고 있다. 해방 직후의 평화에 대한 열망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로 부풀었던 당시의 분위기를 담고 있으며, 4.3 70주년을 맞아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지금 우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또한 앞으로 우리가 만들어가야 할 평화와 지켜가야 할 평화의 항로가 얼마나 멀고 힘든 길이 될 것인지 예고하는 서곡이다.

 생상의 작품 <죽음의 무도>는 2대의 피아노로 편곡되어 연주된다.
원곡이 버라이어티한 죽음의 축제 같은 느낌이라면 이번 연주에서는 인간에게 내재되어 있는 악의 본성(갈등의 씨앗)이 활동하는 모습을 좀 더 디테일하게 그려내고 있다. 악의 본성이 깨어나고 확장되어 모두를 혼란으로 이끌고 가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제주 4.3의 도화선이 되었던 3.1 발포사건 당시의 공기를 연주자들의 섬세한 터치를 통해 느낄 수 있다.

 ‘파시즘과 전쟁의 희생자를 생각하며’라는 부제가 붙어 있기도 한 쇼스타코비치 <현악4중주 8번>은 마치 4.3을 염두에 두고 작곡된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하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폭풍전야의 고요함으로 서늘함마져 감도는 1악장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어렵게 균형을 유지하며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으며 연주를 이어나가고 이는 4.3 직전의 무거웠던 제주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앞으로 일어날 상상도 하지 못할 엄청난 일을 예고하는 듯 들려오는 음악은 우리의 무의식속에 잠재하고 있는 불안감을 서서히 증폭시킨다.
 활이 아닌 칼로 연주하는 듯한 착각마져 드는 2악장에서는 4.3의 시작과 함께 펼쳐진 아픈 장면의 파편이 마치 산불이 번지듯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날카로운 칼에 베여 힘없는 종이장처럼 스러져가는 사람들과, 낭자하는 선혈, 그것을 보는 일그러진 초상이 제각각의 멜로디와 리듬으로 음악안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져간다. 그것은 거스를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흐름을 형성하며 머리칼이 쭈뼛 설 정도의 공포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섬 전체가 광기에 넘쳐 넘실넘실 대는 제주의 모습이 그려지는 3악장은 붉게 물든 오름과 밭에서 끝없는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한데 섞여 들려오는 듯 하다. 이 엄청난 혼란의 구름위에 사뿐히 올라탄 인간본성의 악한 모습은 고삐풀린 광기의 변주를 멈출 생각이 없어 보인다. 이 혼란스러운 흐름은 항상 변화하는 마음을 내버려두고 성찰하지 않는 현재의 우리 모습과도 같아 거울에 비친 민낯을 보는 듯 하다.
 4악장은 4.3의 광풍이 끝난 직후 파괴된 삶의 터전,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사랑하는 사람들, 회복하기 힘들게 되어 버린 공동체... 그 고통스러운 현실과 직면하고 난 뒤의 충격과 상실감으로 패닉상태가 되어 버린 당시를 이야기한다. 쇼스타코비치 현악4중주 8번의 원곡은 원래 5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이번 음악회에서는 4악장 중간에서 연주를 끝내어 감정의 흐름을 단절시킴으로써 4.3이 해결되지 않은 채 끝나지 않은 아직 진행중인 역사적 사건임을 강조한다.

 눈물조차 허락되지 않았던, 얼마 전 까지도 4.3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조차 금기시 되었던 시대의 초상을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로 대변한다. 보칼리제란 ‘말(가사)이 없는 노래’라는 뜻으로 4.3이라는 엄청난 사건을 온몸으로 겪어낸 뒤의 아픔, 슬픔, 두려움, 억울함, 분노 등의 복잡미묘한 감정(보컬)이 혼재되어 온 그 길고 지난했던 시간(피아노)을 하나의 모음을 통해 가사보다 더 선명한 ‘울림’을 관객들에게 전한다. 고통을 뚫고 새어나온 신음소리는 점층적으로 커져 세상을 깨우는 큰 울음이 된다.

 서로의 아픔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는 <우리 모두를 위한 아다지오>다. 각 파트가 서로를 어루만지고 서로를 위해 울어주는 느낌으로 연주되는 이 곡은 이념과 사상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서로를 바라보아야 하는지 어떻게 서로를 안아주어야 하는지 말이나 글보다 명확하게 보여준다. 절제되었던 아픔과 슬픔이 토해내어진 시련의 끝자락에서 우리 모두가 가야할 방향을 함께 바라보게 하는 이 곡을 통해 끊임없는 시련과 절망속에서도 그것을 딛고 일어나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의지를 구현해 보고자 했다.

이번 음악회를 통해 4.3에 대해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평화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훗날 일으켜 세워질 백비에 ‘평화’의 가치가 새겨지길
진심을 담아 간절히 소망한다.




**공연문의
박민정 010-9274-4727 되돌아가기